"보안(Security)은 제품(Product)이 아니다. 프로세스(Process)다."

2011. 3. 15. 03:09카테고리 없음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을 만난 지 꽤 오래됐다. 간담회 장에서는 자주 인사를 나눴지만 일대일로 만난 지는 7-8년이 된 듯했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는 멀리 느껴지지 않는다. 매일 만나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통해 그의 생각과 관심사를 확인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통해서 또 다른 사고의 편린들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한 회사의 전문 경영인으로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프로세스로서의 접근을 강조하는 글들을 쓰고 있다.


그는 “보안을 단순히 제품으로 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고 있다. 보안은 프로세스다.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IT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지금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구제역도 이런 대응 프로세스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산서비스거부(DDoS)와 관련해서도 그는 할말이 많았다. 단순히 온라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홍선 사장은 “디도스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은 네트워크 사회다. 길이 잘 뚫려 있다. 물리적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위협이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다. 당연히 이런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을 만들어 놓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 매번 문제가 터지면 책임만 서로 미룬다”면서 “대응 체계 프로세스가 글로벌 기준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프로세스가 안돼 있다. 공격 기법이 매우 교묘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 하루 전쟁터에서 일하는 관제센터에 와서 보라고 해도 사건이 터진 때 뿐이다.네트워크 사회는 비단 온라인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이번 구제역 확산을 보라. 워낙 이동이 잦고 네트워크로 잘 엮여져 있다보니 초동 대응에 실패하니까 전국으로 확산됐고,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사회적으로 보안에 대한 인식을 재고해야 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프로세스 못지않게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로 인재들이다. IT 업계는 최근 몇년간 좋은 사람을 구하는 데 무척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사회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의 가치에만 집중한다.

김홍선 사장은 “이런 인식이 빨리 안바뀌는 것 같다. 당연히 사회적인 인식이 변하지 않고 대우도 그러니 인재들이 관련 분야에 들어오겠느냐? 소프트웨어 가치를 인정해야 서비스에 대한 가치도 덩달아 올라간다. 그래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안철수연구소가 대학들을 돌면서 캠퍼스 투어를 하는 이유다. 직접 찾아나서지 않고 기다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

그는 “소프트웨어에 학벌은 필요없다. 학점 잘 받고 이론만 갖춘 것과 직접 하는 건 다르다”면서 “또 최근 새로운 일자리는 IT 분야밖에 없지 않은가?”고 말했다.

정 안되면 해외 유수 인재도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김홍선 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의사소통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눈에 확 보이는 하드웨어의 스팩과는 다르다. 서로 어떤 것이 문제고 어떤 걸 개선하고 추가할 지, 뺄 것은 무엇인 지 알아야 한다. 당연히 언어에 민감하다. 이런 상황을 과소평가해서 무조건 해외 인재를 영입해 풀 수 있다고 보면 안된다”면서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그리고 인재의 수준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아주 잘 하는 인력들은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가지 국내 기업에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기술을 내재화하면서 순차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면서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

기업 경영에 관련해서도 물었다. 안연구소는 지난해 움추렸다가 올해 도약을 선언했다.

김홍선 사장은 “지난해는 준비를 많이 하는 기간이었다. 신사업들도 많이 준비했다. 네트워크 보안 제품들이 시장에 확고한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라면서 “해외 시장 진출도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데 주력했고 가트너와 같은 기관들과도 협력하면서 하나씩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사업은 콘텐츠도 만들고, 세일즈 킷도 만들어 내면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와 만난 건 2월 중순이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청와대를 비롯해 40여 국내 사이트가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DDoS)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안철수연구소가 알려왔다.

당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DDoS 사건 같은 것이 터져도 그 때 뿐이다. 하루 정도 시끌벅적하다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기사들이 이를 뒤덮는다. 뭐 그려려니 하지만 씁쓸하다.”

<출처:http://www.bloter.net/>